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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처럼 살고 싶다네

친구여
메마른 인생에 우울한 사랑도
별 의미 없이 스쳐 지나는 길목
화염 같은 더위 속에 약동하는 푸른 생명체들
나는 초록의 숲을 응시한다네

세상은 온통 초록
이름도 없는 모든 것들이 한껏 푸른 수풀을 이루고
환희에 젖어 떨리는 가슴으로 8월의 정수리에
여름은 생명의 파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네
무성한 초록의 파고, 영산홍 줄지어 피었다

친구여
나의 운명이 거지발싸개 같아도
지금은 살고 싶다네
허무를 지향하는 시간도 8월엔
사심 없는 꿈으로 피어 행복하나니
저 하늘과 땡볕에 울어 젖히는 매미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속에 나의 명패는
8월의 초록에서 한없이 펄럭인다네

사랑이 내게 상처가 되어
견고하게 닫아 건 가슴이 절로 풀리고
8월의 신록에 나는 값없이 누리는
순수와 더불어 잔잔한 위안을 얻나니
희망의 울창한 노래들은 거덜난 청춘에
어떤 고통이나 아픔의 사유도
새로운 수혈로 희망을 써 내리고 의미를 더하나니

친구여,
나는 오직 8월처럼 살고 싶다네


(고은영·시인,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