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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한 권 / 최혜옥


저문다는 것은 가벼워지는 것
잎잎이 새겨진 최후의 열정은 붉은빛이다 //
물기 한 점 없는
노을을 표절한 문장이 이토록 뜨거운가 //
사족을 지우는 나무들
같은 무늬로 집단 투신하는
저 몸짓은 사선 또는 곡선이다 //
몸으로 쓰는 곡진한 사연
읽기도 전에 받침이 빠지고 탈자가 늘어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문맥이 뚝뚝 끊어진다 //
나무의 변심을 의심치 않고, //
고요히 더 고요히
가벼이 더 가벼이 //
퇴고 중인 가을 한 권
붉은 유서가 기록되는 허공이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