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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너머로 훔쳐 듣는 대숲바람 소리


                                             나태주


등 너머로 훔쳐 듣는 남의 집 대숲바람 소리 속에는

밤사이 내려와 놀던 초록별들의

퍼렇게 멍든 날개쭉지가 떨어져 있다.

어린 날 뒤울안에서

매맞고 혼자 숨어 울던 눈물의 찌꺼기가

비칠비칠 아직도 거기

남아 빛나고 있다.


심청이네 집 심청이

빌어먹으러 나가고

심봉사 혼자 앉아

날무처럼 끄들끄들 졸고 있는 툇마루 끝에

개다리소반 위 비인 상사발에

마음만 부자로 쌓여 주던 그 햇살이

다시 눈 트고 있다, 다시 눈 트고 있다.

장승상네 참대밭의 우레 소리도

다시 무너져서 내게로 달려오고 있다.


등 너머로 훔쳐 듣는

남의 집 대숲바람 소리 속에는

내 어린 날 여름냇가에서

손바닥 벌려 잡다 놓쳐 버린

발가벗은 햇살의 그 반쪽이

앞질러 달려와서 기다리며

저 혼자 심심해 반짝이고 있다.

저 혼자 심심해 물구나무 서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