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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8일 오전 11시까지 상황입니다.

   필리핀 코로나 상황 보고(3)를 어제 밤 11시에 올리고 잤습니다. 그런데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딴 세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새벽에 필리핀 정부로부터 여러 발표들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 두 가지 발표는 너무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첫째는 필리핀 보건부의 발표였습니다. 앞으로 3개월 안에 확진자가 75,000명에 이를 전망이라는 발표였습니다. 오늘(3월 18일) 오후 12시 현재 필리핀 총 확진자는 193명입니다. 그런데 75,000이란 숫자는 가짜 뉴스가 아니라, 정부의 공인된 공식 발표였기에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어떤 근거로 그런 숫자를 얻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3개월 안에 확진자가 75,000명이 된다 할지라도, 이처럼 혼란스런 시점에서 정부가 그런 예상 숫자를 미리 발표해야만 했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7,500명도 아니고, 75,000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발표는 필리핀 사회를 더 큰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둘째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외국인은 속히 필리핀을 떠나라고 발표했습니다. 그 말은 필리핀에는 많은 병상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국민 우선으로 치료를 하기 위해 외국인에게는 병상을 내어줄 수 없다는 의미처럼 이해되었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길목도 철저히 통제되었습니다. 당일 비행기 표를 가진 사람만 공항으로 가는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고, 그 승객을 공항까지 데려다 주는 운전수 한 사람만 동행해서 통과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발표들 때문에 필리핀 사람들은 더 깊은 패닉에 빠졌고, 외국인들은 가능한 항공기를 찾기 위해서 대 혼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며칠 전에 4월 12일까지 한 달 동안 마닐라를 격리 통제한다고 발표해 놓고, 며칠이 지난 오늘은 3개월 안에 75,000명 이상이 감염될 수 있다는 발표는 1개월이 아니라 3개월 이상 마닐라가 격리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가난한 딸라교회 성도들의 생존 버티기는 훨씬 심각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일찍 교회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출발한 지 15분 만에 첫 번째 검문소에서 걸렸습니다. 군인들의 통제 속에서 수 백 대 차량들이 멈춰 섰습니다. 발열 체크와 신분증(주소지 확인) 검사와 이동하는 목적에 대해서 체크했습니다. 평상시에 5분이면 통과하는 거리를 검문소 앞에서 2시간 동안 묶여 있었습니다.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결론은 교회로 가는 이동을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주일도 아니고, 정부에서 종교 집회도 불허한 상태이기 때문에, 통과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3개월 안에 75,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발표는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망 선고와 같고, 서민들에게는 선전 포고와 같습니다. 두려움과 공포로 지금 새파랗게 질려 있는 서민들에게 위로와 용기와 희망이 되는 메시지를 보내줘도 부족할 판에, 곧 확진자가 75,000명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정부 발표는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절제할 수 없는 분노와 깊은 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며칠 째 전화가 수시로 불통이 되고, 인터넷은 5분마다 끊어지고 있습니다. 전화국에 전화를 했더니 간단한 대답이 왔습니다.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술적인 문제를 수리할 수 있는 기사들 50% 이상이 일할 수 없게 되어 당분간 이 상태로 계셔야 합니다.” 마닐라를 격리시킨 지 3일 만에 생긴 일들입니다. 이런 상태가 몇 개월 동안 지속이 된다면 사회적 혼란과 정신적 패닉으로 인해 더 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필리핀 정부의 발표들을 보면서, 지난 2개월 동안 한국이 보여준 여러 일들은 참으로 대단했고, 참으로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투명한 대응 정책, 의료진의 헌신, 방역팀의 수고, 자원봉사들의 참여, 온 국민들의 격려와 성금. 필리핀에 있다 보니 그 하나하나가 너무도 자랑스러웠습니다. 필리핀에도 그런 식의 정부 행정력과 사회 시스탬이 작동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필리핀 코로나 사태를 위해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마닐라에서 양한갑/최영인 선교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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